AI가 나의 ‘마이너 취향’을 존중해줄 때 생기는 일들

혹시 당신만의 ‘최애’지만 주변 누구도 알지 못하는 오래된 밴드가 있나요? 남들은 잘 모르는 국가의 독립 영화를 찾아보거나, 아주 세분화된 장르의 웹소설을 밤새 읽어본 경험은 없으신가요? 과거에는 그저 ‘독특한 취향’으로 치부되던 이런 관심사들이 이제는 AI 기술을 통해 세상의 중심으로 초대받고 있습니다.

 

 

과거 우리는 모두가 같은 음악을 듣고, 시청률 40%를 넘나드는 드라마를 본방사수하던 시대에 살았습니다. 미디어가 틀어주는 것이 곧 ‘대중문화’였고, 그 거대한 흐름에 속하지 못한 개인의 취향은 외로운 섬과 같았죠. 하지만 AI 시대의 풍경은 완전히 다릅니다. AI는 어떻게 나의 ‘마이너 취향’을 존중하고,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요?

 

내 취향을 나보다 잘 아는 AI 큐레이터의 탄생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유튜브나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같은 플랫폼은 우리가 무엇을 보고 듣는지 24시간 기록하고 분석합니다. 단순히 ‘많이 본 콘텐츠’를 추천하는 수준을 넘어선 지는 오래입니다. AI 알고리즘은 우리가 영상을 끝까지 봤는지, 어떤 부분에서 멈췄는지, ‘좋아요’를 누른 다른 영상들은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심지어 어떤 검색어로 유입되었는지까지 수많은 데이터, 즉 ‘취향의 조각’들을 수집합니다.

 

 

이것이 바로 ‘롱테일(Long-tail)’ 이론이 현실이 되는 순간입니다. AI는 수집된 취향의 조각들을 바탕으로, 대중적이지는 않지만(꼬리 부분, Long-tail) 나의 취향에는 정확히 부합할 콘텐츠를 세상의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낚아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제가 1970년대 핀란드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의 음악을 우연히 듣고 ‘좋아요’를 눌렀다고 가정해 봅시다. 과거 같았으면 거기서 끝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AI는 ‘1970년대’, ‘북유럽’, ‘프로그레시브 록’이라는 키워드를 조합해 제가 좋아할 만한 스웨덴의 숨겨진 사이키델릭 밴드나, 당시 음악에 영향을 받은 현대 인디 밴드의 음악을 추천 목록에 슬며시 올려놓습니다. 마치 나만을 위한 전문 큐레이터가 생긴 것과 같죠. ‘이런 걸 어떻게 알았지?’ 하는 섬뜩함과 감탄이 교차하는 순간, 저의 마이너 취향은 더 이상 외롭지 않게 됩니다.

 

 

 

‘나’의 발견에서 ‘우리’의 연결로: 취향 공동체의 확장

AI의 역할은 단순히 숨겨진 콘텐츠를 추천하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더욱 중요한 변화는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연결하여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한다는 점입니다.

유튜브에서 아주 희귀한 식물을 키우는 법에 대한 영상을 봤다고 생각해 보세요. 댓글 창에는 ‘저도 이 식물 키우는데, 이런 어려움이 있어요’, ‘이런 영양제를 써보세요’ 등 과거에는 나눌 곳 없던 정보들이 활발하게 오갑니다. 알고리즘은 자연스럽게 비슷한 영상을 추천하며 이들을 하나의 ‘가상 커뮤니티’로 묶어줍니다.

이처럼 AI는 흩어져 있던 개인의 ‘마이너 취향’들을 서로 연결하는 강력한 접착제 역할을 합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나와 같은 사람들을 발견하게 되면서, 나의 취향은 더 이상 ‘이상하고 독특한 것’이 아닌 ‘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이는 개인의 자존감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문화와 시장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됩니다.

 

AI, 기술을 넘어 ‘나’를 이해하는 기술로

우리는 종종 AI를 차갑고 계산적인 기술로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마이너 취향’의 관점에서 바라본 AI는 다릅니다. 획일화된 기준으로 개인을 평가하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개인의 고유한 색깔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기술에 가깝습니다.

물론, 알고리즘이 만든 ‘필터 버블’에 갇혀 편향된 정보만 보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AI가 인류의 방대한 문화유산 속에서 먼지 쌓인 보석 같은 콘텐츠를 꺼내어 딱 맞는 주인을 찾아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오늘 당신의 유튜브 추천 목록에는 어떤 영상이 올라와 있나요? 어쩌면 그 목록 속에 당신도 몰랐던 새로운 당신의 모습, 그리고 당신과 연결될 또 다른 세상이 숨어있을지 모릅니다. AI가 존중해 준 당신의 ‘마이너 취향’이 세상을 얼마나 더 다채롭고 풍요롭게 만들지,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요?